으으 정말 오랜만에 올리는 티스토리 포스팅..
시국이 시국인지라 요즘 집콕 시전 중인데 본격적인 집콕하기 전에 후다닥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를 보고왔다. 보고싶다 보고싶다 노래를 불렀던 극인데, 좋아하는 배우님이 출연한 것도 아니고 넘버를 들어본 적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그냥 시놉시스만 보고 푹 빠져서 보고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유일한 극이 아니었나 싶음
내가 보러갔을 때 캐슷은 이랬다. 내가 관극한 날은 이 다섯 배우분 모두 연기를 너무너무 잘 하셨었는데, (노래도 당연히 미친 실력이었음 ㅠㅠ) 특히 표도르 역의 심재현 배우님과 이반 역의 안재영 배우님은 정말.. 이 극을 위해 모든 걸 쏟아붓고 있구나 라는 것이 온전히 느껴지는 에너지와 연기력이었다. 사실 시간이 좀 지나고 포스팅하는 거라 관극한 지 꽤 되었는데도 아직도 그 눈동자가 생생히 보이는 것 같음.
좌석은 F열이었는데, 소-중 극장 정도의 크기이기 때문에 굉장히 가깝게 느껴졌음에도 불구하고, 극이 흘러갈 수록 배우님들과 더 가까이 있고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중세 신학을 바탕으로 한 무대장치가 매우 인상깊었고, (이 정도 퀄리티의 무대장치를 소-중극장에서 보긴 또 처음이라 정말 찍고싶은 욕구 20000% 였으나 사진 촬영 금지라는 말에 핸드폰을 다시 집어넣었다 흑흑) 또 배우분들의 연기와 함께 피아니스트 분의 실력 또한 엄청난 빛을 발하는 (!) 극이었다.
처음에 극 시작하기 전, 무대 정가운데에 뒷편에 피아노가 위치해있는 걸 보고 "나름의 음향장치인데 저걸 저렇게 딱 보이게 둔다고?" 라는 생각이 들었었으나, (왜, 실제로 보통의 뮤지컬은 악단이 전부 앞에서 대중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다) 관극을 하는 데에 있어 전혀전혀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피아노의 선율이 강하게 내리꽂는 느낌이라 배우분들의 목소리와 만났을 때 더 울림이 풍성하고 리듬 하나하나를 몸 전체로 느낄 수 있었달까.
오랜만에 무거운 내용의 뮤지컬을 봤다. 내용 자체가 워낙 심오하니 내 개인적인 의견을 적는 것이 관극의 방해 요소가 될 거 같아서 괜히 덧붙이진 않겠다. 그 어떠한 역도 아쉬운 역이 없었고, 어떠한 배우도 허점이라 느껴지지 않았다. 어쩜 이렇게 다들 연기를 잘하고 노래도 잘하시는지.. 감정선의 표현은 말할 것도 없다. 어느 대극장 배우분들 못지 않다. 우리나라 뮤지컬 계의 미래가 밝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음
대략적인 줄거리는, 러시아 대부호 표도르 까라마조프의 의문의 죽음을 둘러싼 네 형제의 이야기인데, 단순히 서로를 의심하고 싸우는 내용이 아닌 신과 인간의 오묘한 굴레와 신의 존재 가치, 그리고 천주교인 본인에게는 또 다시 한 번 신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내용이다. 첫째 부인에게서 얻은 드미트리와, 둘째 부인에게서 얻은 이반과 알료샤, 그리고 사생아이자 하인 스메르쟈코프까지. 단순히 조연에서 그칠 줄 알았던 표도르가 이 극의 제일 중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원작인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꼭 한 번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극이었음.
관극한 날 바로 리뷰를 썼으면 보다 더 생생하게 적을 수 있었을 거 같은데.. 그 점이 너무 아쉽다. 중세시대, 고대 신학 등에 관심 많으신 분들은 꼭 보러가세요. 근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보러가라고 막 말하기도 좀 그렇넴.. 여튼 내가 이때까지 본 심오한 뮤지컬 중 제일 와닿고 감명깊고, 또 배우분들의 실력이 피부에 와닿는 극이었습니다. 꼭 모두 흥하시길.. 더 잘되시길.. 언젠가 대극장의 주연자리에 있는 배우분들을 보며 "내 저럴 줄 알았다" 라는 말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게 되길...
'한국에서 살았다 > 꿈꾸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뮤지컬] 드라큘라 (0) | 2020.05.13 |
---|---|
[뮤지컬] 최후진술 (2) | 2020.04.21 |
[뮤지컬] 레베카 (0) | 2020.02.24 |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 (0) | 2020.02.24 |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0) | 2020.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