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브로드웨이42번가

뉸누랑 같이 가벼운 맘으로 브로드웨이42번가 보러갔다옴.

양준모 배우님의 공연을 꼭 한번 보고싶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뉸누가 생일선물로 보여주겠다고 해서 팔딱 뛰고 갔다왔다. 누구 하나 죽지 않는 극은 거의 처음이라(뮤지컬 불변의 법칙인가? 꼭 누가 죽거나 죽었거나 나중에 죽는다) 신선한 매력ㅎ 이 있었음.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재밌게 볼 수 있는 극이었다. 대극장 극임에도 불구하고..

자리가 무려 C열(!!!!!) 이었기에 정말 코 앞에서 보였다. 다시 한 번 뉸누에게 감사. 사블에서 봤지만 +1 정도 사블이라 크게 불편함도 없었다. 커튼콜도 찍을 수 있었다 우왕. 그리고 다시금 느낀 것. 역시 샤롯데는 무대가 정말 좋다. 뮤지컬 전용 극장이라 그런가 음향시설도 너무 좋고 무대 활용도도 굉장히 높다. 이거 쓰고 있으니까 또 동드큘 생각이 나네..ㅎ..? 내가 진짜 많이 사랑했..지금도 사랑하는데.. 동드큘 봤던 게 정말 꿈만 같군. 뭐 여튼 대여해주는 오페라글라스 퀄리티도 좋고, 사롯데는 (롯데라서 싫지만) 내가 선호하는 극장들 중 하나.

헐리-웃에서 가져온 극이라 그런지 무대가 굉장히 화려하다. 저 화려한 네온사인들이 공연 때 더욱 더 크게 반짝거린다면 실감이 좀 나련지? 그리고 이런 탭댄스 극은 잠깐 삽입되어있는 캣츠를 제외하곤 거의 처음 보는데 왜 뮤지컬 하는 사람들이 탭댄스를 같이 배우는 경우가 많은지 알 거 같다. 정말 볼 맛이 난다. 지루할 틈이 없고 나도 모르게 속으로 박자 맞추게 됨. 뮤지컬 가르쳐주던 선생님도 탭댄스를 하셨었는데 노래도 잘 하시는 분이 왜 탭댄스까지 배우셨었는지 이해가 감. 확실히 유니크하고 매력있다. 그리고 확실히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을 느낌의 신남과 볼거리다.

하지만 아쉽게도 덕질할 극은 아닌 거 같다. 전수경배우님, 양준모배우님이 보고싶어서 부러 이 날 캐슷으로 갔는데 덕후들을 사로잡는 그런 뻐렁침(?), 웅장함, 뭉클함 그런 것들이 없다. 확 와닿는 넘버가 없다 해야하나? 그리고 처음에 브로드웨이42번가 캐스팅이 양준모 배우님과 이준혁 배우님, 송일국 배우님이라는 얘길 들었을 때 '아니.. 다른 두분이 양준모 배우님의 노래 실력..을 따라잡을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괜한 생각이었다. 배우님이 노래를 거의 안 해. 안 한다고. 양준모 배우님을 데려다 놓고 이렇게.. 노래를 조금 시키는 극은 또 처음인 거 같다. 배우님 성대가 아까웠음 ㅠ 이 말은 뭐다? 덕후를 생산시킬 매력이 없다는 얘기.

뭐 여튼 그렇다. 배우분들은 연기를 너무 찰떡같이 잘 하신다. 특히 원래 좋아하던 양준모배우님, 전수경배우님은 둘째 치고 도로시 브룩 역의 정영주 배우님도 연기를 너무 잘 하셔서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단순한 악역이 아닌 정말 매력있는 재즈 가수 느낌이 물씬 났달까. 근데 그와중에 오소연 배우님 보고 왠지 레베카 '나' 역이랑 잘 어울린다 생각했는데 진짜로 예전에 레베카에서 '나'역을 맡으신 적이 있더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깜짝 놀랐음. 

관극 하면서 부모님들은 좋아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냥 전형적인 가볍고 웃긴 극. 사실 요즘 시대와는 좀 잘 맞지 않는 여성폄하(ㅋ..)적인 요소도 분명 있지만 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 웃으면서 볼 수 있는 극이었다. 뮤지컬 특성상 뮤덕들이 회전을 해야 덕후들 돈을 긁어모으는데 그런 극은 아니라는 점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뭐..

뮤지컬 속에 또 뮤지컬. 이게 바로 액자식 구성? 무대도 화려하고 구성도 좋고 노래도 뭐.. 중독성이 있다고 보긴 힘들지만 신나게 듣고 기분 전환 할 수 있는 넘버들로 구성 돼 있다. 부모님 모시고 뮤지컬을 보고 싶은데, 극들이 취향 탈까봐 걱정된다면 이 브로드웨이42번가를 추천한다.

하지만 양준모 배우님의 성대가 너무 아까웠어... 노래 좀 많이 시켜주시지...ㅠ 

극장을 샤롯데로 잡은 건 정말 잘한 일인 듯. 탭댄스 소리가 공연장 가득 울려 퍼지고 무대가 화려하게 계속 바뀌는데 샤롯데만큼 잘 잡아줄만한 극장도 없긴 하겠구나 싶었다. 아 그리고 포토존이 진짜 엄청 화려하고 매우 예뻐요 꼭 사진 찍고 오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