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하는 걸 몇번 봐서 볼까말까 고민하던 찰나에 친구 여우 덕분에 보러간 제이미.
김선영 배우님이 나온다는 말에 볼까말까 고민도 몇 번 했었는데 하이틴물도, 드랙퀸도 내 취향은 딱히 아니라 그냥 넘겨야 겠다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여우가 권유해서 냉큼 보러갔다 왔다. 비록 캐슷은 김선영 배우님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우가 데려가 준 거라서 (♥) 이게 어디야 개이득 감사합니다!!! 하고 갔다옴.
LG아트센터는 처음 가보는데 생각보다 깔끔하고 역삼역이랑 아예 공연장이 이어져 있어서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는 점이 참 좋았다. 소-중극장이라기엔 크지만 샤롯데나 세종같이 엄청 큰 대극장은 또 아니었다. 약간 S-M-L-XL 에서 L을 맡고있는 그런 느낌. 여튼 극 자체는 순간순간 열받는 장면은 있어도 전체적으로 웃으며 재밌게 볼 수 있는 극이었다. 학생물이라 그런지 다른 극들보다 시련을 겪는 장면이 더 안쓰럽고 안타까웠음 ㅠㅠ 찌통 오져..
드랙퀸이 가미된 하이스쿨뮤지컬을 현장에서 보는 기분이었다. 욕이 일부 섞여있다거나 그런 부분은 사실 내 취향이 아니지만 배우분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주셨고 그리고 앙상블 분들이.. 춤을.. 아니각자 오디션 보고 들어온 앙상블이 아니고 그냥 앙상블 분들 자체가 하나의 안무팀이신가 싶을 정도였다. 중블 12열이었는데 엄청 가깝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 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춤추는 신마다 그 에너지와 파워가 내 자리까지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었음. 배우 수가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무대도 딱 적당해서 춤추는 장면이 전혀 비어보인다거나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정말 조권 배우님이 제이미 역에 정말 찰떡이었음. 일단 고등학생이라 해도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동안이신 외모도 한 몫 하시는 것 같다. 매우 어린 나이부터 노래를 하셨기 때문에 노래 실력에 있어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뭐.. 다만 하시면서 대사를 두세번 저셔서 ㅠㅠ.. 그 부분이 약간 안타까웠는데 워낙 역이랑 잘 어울리셔서 대사 틀리시는 게 크게 흠이 되진 않았다. 그리고 최정원 배우님! 그 짬바 어디 안 가신다고 괜히 네임드 뮤지컬배우가 아니다. 진짜 자주 뵙고 싶어요... 솔로곡 부분에서 앞으로 나오시는 순간 내공에서부터 뿜어져나오는 아우라에 온 몸에 전율이 흘렀다. 이렇게 경력이 오래된 멋있는 여성 뮤지컬배우를 보는 것은 나에게 큰 원동력이자 활력이 된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김선영 배우님이 하시는 마가렛도 또 보고싶다. 내 첫번째 스타, 내 인생 유일한 퀸, 내 영원한 소냐 김선영 배우님 ㅠㅠ...
내 대각선 앞에 어머님 두 분이 앉아 계셨는데 약간 그 분들에게는 파격적이고 자극적인 극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실제로 제이미가 드레스를 입었을 때 어머나!! 하고 엄청 놀라심.) 소재 자체도 그렇고, 또 욕이 정말 많이 나온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왜 그렇게까지 욕이 많이 나오는지 이해가 잘 가진 않음 ㅠㅠ.. 하지만 우리 나이대라면 한 번쯤은 생각해볼 수도 있는 그런 소재, 그런 얘기랄까. 하이틴 영화를 그대로 무대로 옮겨온 기분이었다. 영상 투영기법하며, 극의 흐름 하며, 스토리 자체가.. 넘버들도 신명나고, 고등학생들의 열정이 느껴지는 넘버들이 꽤 있다.
일단 무대가 그렇게 큰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대 활용이 좋아서 신이 바뀔 때마다 보는 맛이 있었다. 처음 딱 들어갔을 때 무대 배치 보고 오오~? 싶었다. 그리고 극 중 프리티의 방이 정말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다. 사진 찍고 싶었음 ㅠ
약간 아쉬운 점은 신 체인지 부분에서 스태프분들이 무대 정리하는 게 너무 잘 보인다는 것과ㅠ 신 시작하는 것과 무대 정리 시간 갭이 크질 않아서 스태프분들이 소품을 갖고 들어가자마자 배우분들이 나오는 경우가 꽤 많았음 그래서 살짝 정신없다고 느낄 수 있을 듯.
여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이미는 좋은 극이었다. 그 예로 킹키부츠랑 헤드윅은 항상 나에게 있어 볼까말까 고민하는 소재인데, 이번에 조권 배우님의 제이미 덕에 드랙퀸 소재의 뮤지컬에 대해 한층 덜 거부감이 들게 되었다고 해야하나. 제이미 덕에 내 관극의 폭이 좀 더 넓어진 느낌. 다시 한 번 좋은 극에 데려가준 여우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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